[온 말] 컬러 타임과 바스키아 그리고 고고학-다양성과 공존의 시간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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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세계시민포럼 상임대표)
지난 세기 80년대에 버클리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학과에 있는 나의 우편함에 뜻하지 않은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플로리다에서 교환교수로 온 잭슨 교수가 자기 집에 초대한 것이다. 그 교수는 의료인류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내가 초대될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아마도 체질인류학 개론 수업의 대학원생 강사로 있어서 아마도 초대하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였다. 내가 첫 번째 온 초대객이었다. 문간에서 잭슨 교수가 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덩달아서 나도 의아해하면서 당황하였다. 그러자, 그 교수가 ‘아, 당신은 흑인이 아니구나!’ 서양 이름이 아닌 생소한 발음의 이름이어서 흑인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연이어 크게 웃으면서 ’오늘 컬러 타임이거든!‘이라고 하였다. 흑인계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함께 파티하게 되었다. 그 컬러 타임은 또 다른 의미도 있었는데 시간에 너무 구애받지 않고 코리안 타임처럼 늦어도 눈살 찌푸리지 않는 모임이라는 뜻도 있었다. 여하간에 흑인들 모임 속에 나는 홀로 콩나물이 되어 즐겁게 지냈는데 아주 특별한 추억이다. 나의 이름이 아니었으면 경험할 수 없었던 세계시민들의 수다 시간이었던 셈이다.
흑인으로 나이 30이 못되어 요절한 천재 화가, 아니 화가라기보다는 철학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장 미쉘 바스키아‘이다.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가이다. (장 미쉘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2025.09.23. (화) ~ 2026. 01.31. (토)) 그의 그림은 경험의 지도이자 생각의 청사진과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캔버스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물건들의 면을 이용하여 구상적인 표현도 포함되어 있지만 문자와 기호가 가득한 그림들이다. 원래 거리의 화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단순히 거리의 낙서 그림은 아니다.
내가 보았던 그의 세계는 크게 두 개의 큰 주제가 연결되어 표현된 것으로 보았다. 하나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회적인 부조리, 즉 편견과 차별에 대한 비판과 또 다른 큰 주제로서 인간과 인간 역사의 보편성에 관한 것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어김없이 인간을 해부학적으로 설명하거나 시간의 깊이와 역사적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고고학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현실과 역사적인 과거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 특성을 시간의 차이를 두고 심화해서 이해하고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이 서른도 안 된 사람이 그러한 통찰력과 압축된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기야 지난 20세기 초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우리 선대에 이상과 같은 시인이나 이중섭과 같은 작가들도 그런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눈뜬 청춘의 힘이랄까? 고고학에서 보는 문명 진화의 핵심은 작은 지역에서 큰 지역으로 그리고 세계로 인간의 인지 지리적 범위는 확장되고 그 확장되는 과정에서 문화는 융합되고 새로운 창조를 거쳐서 다양화되어 왔다. 문화적 다양성이 확장되는 것은 이러한 지리적인 융합과 역사적인 누적이 그 원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다양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깔려 있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문명을 만든 인류의 진화적인 특성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화가 이루어진 오늘날, 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핸드폰이나 매체를 통해서 인지하는 지리적인 범위로 볼 때, 정말 역설적으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극단화되어 징고이즘이라고 부를만한 세계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사를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인류사의 한 장면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도 생물이고 모든 생물은 이기적인 힘이 작동의 근본적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대사에 극렬한 세계대전들을 포함하여 대량 살상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그 위력이 얼마나 끈질기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인류가 공존하여 영속될 수 있도록 만들 수가 있을까? 인류의 미래에 비극을 줄여가기 위해서는 인류의 또 다른 본성의 하나인 사회성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작동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구별‘과 ’차별‘을 엄격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구별은 팩트이자 다양성이 현존하는 실재이다. 차별은 대상을 보는 마음의 자세에서 오는 것이다. 구별하는 것은 학문적인 발전과 새로운 창의가 일어나게 하는 원리이지만 차별은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를 위태롭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차별이 없거나 적었을 문명 이전의 선사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사의 방향이 생물학적이든 또는 문화적이든 간에 다양성의 증가라면 차별을 구별로 전환하고 공존 속에서 새로운 창의성으로 컬러 타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전제로서 생물종으로서 보편성과 고고학이 일구어낸 인간 경험의 공통성을 이해하여 우리가 빈말처럼 부르짖는 소위 ‘휴머니즘’을 더욱 진지하게 그 의미를 이해하고 우리의 하루하루가 일상에서 작동되도록 하여야 미래 세상이 평화스럽지 않을까? 아마도 바스키아의 메시지도 나와 같을 것이다.
사진 출처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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