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말] 외래인에 대한 환상, 하멜의 경우
06-23
배기동(세계시민포럼 상임대표)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하멜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 당시 동인도 회사 소속의 뱃사람으로서 1653년에 일본으로 가다가 배가 난파당해 제주도에 상륙해 당시 조선에서 살았다. 이들이 조선에서 탈출하여 1666년에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서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 자신의 난파 경험을 담은 표류기를 출간하여 당시에 유럽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 표류기를 통해서 조선이 유럽에 많이 알려지게 되어, 우리들에게 하멜이라고 하면 조선 또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사람같이 생각하곤 한다. 하멜이 노역을 하면서 머물렀던 강진 병영성 앞에는 하멜의 동상이 서 있다.
지난 20일 유럽의 한국학회(AKSE)에서 한국학 연구자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헨드릭 하멜 상에서 악세(AKSE)상으로 변경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상의 이름에 하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는 하멜의 표류기에 조선인에 대해서 '속이고 도둑질을 잘하는'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안겨 한국을 경원하는 풍조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념할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멜이 조선에 머무는 동안 나쁜 기억만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국왕이었던 효종이 사정을 듣고 변호해 주기도 하여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이나 조선인에 대해서 나쁜 점을 부각한 내용을 쓴 것은 어떤 이는 아마도 자신의 고생담을 더욱 부각하고 또한 동인도 회사에서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변호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표현 의도의 진정성을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의 상 이름에 하멜이 들어간 일이나, 강진 병영에 이 성을 축조하였던 태종 때의 병마절도사인 마천목 장군 동상은 없고 오히려 그곳에서 죄수에 가까운 일을 하던 하멜의 동상이 서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외래인들을 보는 시각에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런 경우에 그 적절성을 따져 보아야 하겠지만 그러한 논란이 있다고 점에서, 우리가 자신을 낮게 보는 의식이 깔린 것은 아닐까?
이번의 AKSE 상의 경우를 계기로 떠오르는 생각에 우리가 아직도 ‘유명 외래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앞서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다. 기대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할 것이다. ‘외래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과도한 기대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전한 다문화사회는 자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하게 전제되고 타문화를 편견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자세가 바로 문화 상대성에 입각한 타문화 보기일 것이다.
이참에 하멜표류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 하멜을 이해하기보다는 조선 사회의 다문화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서....
*나가사키시에 위치한, 에도 막부가 에도 시대에 네덜란드와의 무역을 위해 설치한 무역 거주구
사진 출처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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