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말] 타인에 대한 두 가지 다른 환상, 하멜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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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세계시민포럼 상임대표)

 

 

웬만한 한국인이라면 하멜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네덜란드 당시 동인도 회사 소속의 뱃사람으로서 1653년에 일본으로 가다가 배가 난파당해 제주도에 상륙해 당시 조선에서 살았다이들이 조선에서 탈출하여 1666년에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을 통해서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 자신의 난파 경험을 담은 표류기를 출간하여 당시에 유럽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이 표류기를 통해서 조선이 유럽에 많이 알려지게 되어우리들이 하멜이라고 하면 조선 또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사람같이 생각하곤 한다하멜이 노역을 하면서 머물렀던 강진 병영에는 하멜의 동상이 서 있다.

 

지난 20일 유럽의 한국학회(AKSE)에서 한국학 연구자에게 주는 상의 이름을 헨드릭 하멜 상에서 악세(AKSE)상으로 변경하기로 하였다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상의 이름에 하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는 하멜의 표류기에 조선인에 대해서 '속이고 도둑질을 잘하는등으로 표현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안겨 한국을 경원하는 풍조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념할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멜이 조선이나 조선인에 대해서 나쁜 점을 부각한 내용을 쓴 것은 어떤 이는 아마도 자신의 고생담을 더욱 부각하고 또한 동인도 회사에서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변호도 있다그런데그러한 표현 의도의 순수성과는 별개로이번의 상 이름에 하멜이 들어간 일이나강진 병영에 이 성을 축조하였던 태종 때의 병마절도사인 마천목 장군 동상은 없고 오히려 그곳에서 죄수에 가까운 일을 하던 하멜의 동상이 서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외래인들을 보는 시각이 아쉬운 점이 있다하멜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그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 너무 천박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세상에 유명해지게 되면 그저 이름을 걸어서 이미지를 높이거나 사소한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 들어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우리의 사고 속에 사소한 이익 추구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게 전달되는 것이 비일비재하겠지만외래인에 대한 관점의 왜곡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켜 차별을 일으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즈음전 세계는 두 가지 큰 흐름이 보인다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세금을 매길 정도가 되었다글로벌리즘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익을 위해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 사용되는 일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어떻게 보면 현대 세상의 역설적인 현상이다다른 사회 문화에 대한 갈증이 우리가 가진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켜서 타인에 대한 시각의 불균형을 줄이고 서로 인간으로서 소통할 수 있게 만듦으로서 평화가 널리 확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세계시민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나가사키시에 위치한에도 막부가 에도 시대에 네덜란드와의 무역을 위해 설치한 무역 거주구

 

 

 

사진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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