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피아니스트 ‘이나우’가 말하는 ‘문화 다양성 존중’의 마음 그리고 ‘세계시민정신’
11-29
배서영 (페스티벌 기획총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신의 ‘언어’를 음악에 녹여, 공감을 통한 화합의 가치를 공유하는 피아니스트 이나우가 <제7회 세계시민포럼 온-온-온 페스티벌 2023>에 특별공연으로 함께한다. 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인 이나우 피아니스트의 작업실에 방문하여, ‘문화 다양성 존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 ‘세계시민포럼’과 함께 하게 된 소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이나우입니다. 세계시민포럼의 언어로 저를 소개하자면, ‘독일과 한국 문화에 몸 담고 있는 세계시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지낸 시간이 한국에서 지낸 시간 보다 조금 더 길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두 문화 모두 잘 이해하는 편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독일 사람으로 독일에서는 한국 사람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여전히 외로운 기분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로 표현해도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을 만나 뵐 테니 반갑고 또 설렙니다.
▪ 지난 5일 복귀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것을 축하합니다.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 감사합니다! 요즘은 세계시민포럼 페스티벌의 공연 무대 준비를 포함한 연습, 작곡 그리고 그간 너무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칠링(Chilling)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며 균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 이번 복귀 무대는 인생의 새로운 경험 이후에 준비한 공연이라 감회가 새롭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이나우’라는 사람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 오랜만에 다시 서는 무대라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25년 음악 인생 어디 안 가나 봅니다. 이번 무대에서 첫 음을 누르자마자, 저의 소파에 앉은 것 마냥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저에게 음악은 마치 공기와같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를 따로 찾을 생각을 해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서 드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이나우 피아니스트의 삶은 ‘한국’과 ‘독일’이라는 두 가지의 문화적 정체성이 공존 또는 혼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문화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요?
◦ 제 인생은 독일에서의 삶으로 시작되었기에, 오히려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충격을 크게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특히 제가 경험한 한국의 중학교 서열 문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지요. 선배에게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반말로 인사했다가 엄청 혼이 나기도 하였어요. 그리고 수업 시간 중 선생님께 자유롭게 질문이 가능하던 독일에서 교실 환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수업 시간 중 제가 (나름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엉뚱한 질문을 하니 몇몇 친구들이 매우 짜증을 내고 싫어하더라구요. 사실, 이 경험은 저에게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점차 내가 속한 문화에 적응하였고 ‘아, 이젠 제법 한국인이 다 됐네!’라고 싶을 때 다시 독일로 가게 되었죠. 독일로 돌아가 저를 바라보니, 매우 구수한 한국인이 되어있더라고요.
▪ 문화적 괴리감 또는 이질감이 들었던 순간들이 있을까요?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도 궁금합니다.
◦ 어릴 때 독일에서 저의 얼굴이 노랗다며 ‘바람에 대고 오줌을 쌌냐’ 등의 놀림을 받기도 하였지만, 인종차별을 당할 시에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하였고 주변의 친구들이 저를 괴롭힌 애를 혼내주며 제 마음을 살펴줘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유학할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왜 남의 나라에 와서 남의 나라 음악을 열정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본인도 한국 가서 한국민요를 전공할 생각은 못 할 것 같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였는데, 제가 진심을 다해 매진하는 일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배타적 말을 들은 경험이 저에겐 더 크게 상처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살았던 저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그 나라와 문화의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애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저는 독일인들의 약속 잘 지키기, 독립심과 책임감이 바탕이 된 개인주의, 절약 정신, 객관적이고 비판적 사고, 표현의 자유 등의 개방성이 좋다고 느꼈고, 반면,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일에 연민을 갖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고 하는 측은지심과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공감 문화, 가족애 그리고 공동체 의식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관심이 결국 증오를 키우게 되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알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 고통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가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해야만 함께 어우러져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은 어디에서나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해요. 인종차별도 그중 하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 받았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마음으로 문화적 괴리 또는 차별의 경험을 극복한 것 같아요. 먼저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고 알려고 노력한다면, 많은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나우 피아니스트의 자작곡인 ‘Bloom Again’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번 세계시민포럼 페스티벌 무대 레퍼토리에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자 치유의 이야기를 표현한 곡이라 알고 있습니다.
◦ 저는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는 따뜻하고 선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선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만, 선한 마음이 유지되거나 새롭게 피어나요. ‘Bloom Again’은 그 선한 감정에 노크하는 곡입니다. 저는 ‘문화 다양성 존중’에 대한 이해 그리고 화합의 출발은 선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열매는 노력과 인내 그리고 의지로 맺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세계시민포럼의 페스티벌 무대 레퍼토리에 이 곡을 포함하였습니다.
▪ 세계시민포럼 페스티벌의 특별무대인 피아니스트 이나우 공연 레퍼토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앞서 소개한 저의 자작곡 ‘Bloom Again’ 외에 이탈리아 작곡가인 파가니니의 대연습곡 중 세 번째 곡을 헝가리 출신 작곡가 리스트가 피아노로 편곡한 곡인 <라 캄파넬라> 또는 폴란드 출신이나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생을 마감한 쇼팽의 <발라드 2번>, <즉흥 환상곡> 등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사실, 어떤 곡을 들려드리는 게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클래식 피아니스트이다 보니 주로 서양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데요, 국가별 여러분께 친숙하다는 생각이 드는 곡들을 골라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시민포럼의 ‘세계시민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곡으로 무대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세계시민포럼 페스티벌을 통해 앞으로 피아니스트 이나우가 나아가고 싶은 행보가 있다면?
◦ ‘다양성 존중’에 대한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이번 세계시민포럼 페스티벌 참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 존중’에 대한 관심과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합니다. 저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문화적 차이로 인해 힘든 점도 많았고 ‘다름’으로 인한 차별도 경험하였고 그 과정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였어요. 혼란을 평화로, 아픔을 위로로 승화하기까지 저에게는 음악의 힘이 컸습니다. 저의 음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선한 감정의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세계시민포럼은 ‘문화 간 소통’을 바탕으로 화합과 공존의 세계시민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매해 연말 ‘세계시민포럼 온-온-온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전쟁과 갈등의 시대 속 세계시민이 추구하는 ‘포용’과 ‘평화’ 그리고 ‘문화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되새겨 보고자 <제7회 세계시민포럼 온-온-온 페스티벌 2023>을 기획하였고 페스티벌의 특별무대로 피아니스트 이나우를 초대하였다. <제7회 세계시민포럼 온-온-온 페스티벌 2023>은 오는 12월 9일(토)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개최되며, 세계시민포럼 유튜브 채널(@globalcitizenshipforum)에서 라이브로도 송출된다.
사진 설명
1. 연주 중인 이나우 피아니스트 (연습실, 2023.11.22.)
2. 세계시민포럼과 인터뷰 중인 이나우 피아니스트
3. 배서영(페스티벌 기획총괄), 이나우 피아니스트, 김은진(세계시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공연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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