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함께하는 세계시민” 네 번째 이야기 - 구로구가족센터 다문화팀장 김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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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프로그램이 꼭 필요했던 참여자들의 감사를 대신 전하며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구로구가족센터는 다양한 가족들의 생애주기별 필요와 당면과제를 파악하여 가족 문제의 예방과 해소를 위한 교육·문화·상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센터가 위치한 구로구는 서울시에서 손꼽히는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15년 넘게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업도 하고 있지요. 지난 가을 세계시민포럼과 우리 센터가 협업하여 세계시민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다채로운 예술 체험 기회가 부족한 분들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제안에 감사히 응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의 음악융합프로그램, 청소년 대상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꼭 필요한 분들에게 참여기회를 드리기 위해 많이 고심했습니다. 평소 생계유지의 이유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가정, 아직 진로의식이 부재하고 예술 체험활동 기회가 적은 다문화 청소년을 사업 대상으로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누적된 회원명단을 살펴보며 한명 한명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도 파악하고 프로그램 참여 의사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다문화가족 7가족, 다문화 청소년 7명을 모집했습니다. 추석 이후 매주 월요일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제작과정, 격주 토요일에는 음악과 함께 하는 꽃 이야기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수업은 청소년들이 강사님의 도움을 받아 스케치하고 골조를 만들어 점토를 붙여 입체적으로 만들고 색칠까지 입힌 뒤 영상을 만드는데 총 6주가 걸렸습니다. 수업 시작 전 모집한 청소년의 한국어 실력이 천차만별이라 수업이 원활히 진행될까 우려되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와 중국어가 모두 능통한 한 친구가 친구들에게 통역을 자처했습니다. 학생은 본인 작품 만들랴, 통역하랴, 수다 떨랴, 중간중간 친구 작품에 코칭하는 등 수업 시간에 1인 다역(?)을 맡았습니다. 가끔 수업 시간이 산만해질 때도 있었으나, 재치 있는 학생 덕분에 초반 어색했던 긴장을 금세 풀고 각자가 만든 작품을 하나로 묶어 멋진 영상으로 완성했습니다. 제작한 작품과 영상은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강당 뒤에 전시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은 쑥스러운 듯했지만, 관람객(?)들이 어떤 작품을 눈여겨보는지 힐끔힐끔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참여 청소년들은 재밌었다’, ‘또 하고 싶다와 같이 단순하게 소감을 전했지만, 저는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친구는 활동에 참여하며 영상 창작과정에 흥미를 느껴 관광콘텐츠학과가 있는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고, 또 다른 친구는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무엇이든 참가하겠다며 열정을 보였지요. 작은 활동을 매개로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져 너무나도 뿌듯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진행된 음악과 함께하는 꽃 이야기에서는 음악을 듣고 다양한 원예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강사님과 센터 담당자는 일찍 나와 활동에 사용할 생화와 자연물을 곳곳에 배치하고 참여자들을 맞이하였습니다.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교육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족들의 눈은 휘둥그레졌습니다. 아이들은 당장 꽃을 만지고 싶어 난리였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그놈의 사춘기 때문에 엄마랑 말도 하지 않는다는 아이, 곤충이 제일 좋다던 아이, 3남매의 막내로 엄마와 단둘이 있는데 제일 좋다는 아이 등 연령도 성향도 천차만별이었지만, 꽃 앞에서는 모두가 플로리스트가 된 듯 진지하게 임했지요. 어떤 꽃을 사용할지, 어디다 꽂아야 예쁠지,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엄마와 논의하며 활동하다 보니 엄마와 자녀는 좋은 콤비가 되었습니다. 매 회기 마무리 시간에는 가족과 그날 만든 작품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만든 꽃이 조금이라도 더 시들지 않고 오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지요. 다음에 물어보니 엄마와 아이는 서로 순서를 정해 꽃에 물을 주고 살피며 즐겁게 지냈다고 합니다. , 꽃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며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느끼기도 했고요. 가을날에 엄마와 자녀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참여자분들은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저 역시 바쁜 삶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소소한 행복에 웃음 짓는 가족을 보며 흐뭇했습니다.

 

세계시민포럼의 지원으로 우리 센터 이용자분들이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 세계시민포럼 관계자분들과 참여자 한 명, 한 명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끌어 주신 강사님들 모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2023년에도 좋은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 구로구가족센터 다문화팀장 김하나 드림 -

 

 

 

사진 설명

1. 클레이 애니메이션창의미술프로그램 상영회모습

2.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과 꽃이야기음악융합프로그램 진행 중인 모습

3. 구로구 가족센터 전시, 내가 만약 동굴에서 태어난다면,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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