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캄보디아의 진정한 세계시민 행 춘 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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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탁(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캄보디아의 교육부 장관 행 춘 나롱(Hang Chuon Naron)과 나는 국경을 초월한 친구이다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13년 가을 파리 유네스코 총회장이었다그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낫 분렁(Nath Bunreoun) 캄보디아 교육부 차관이 새로 부임한 장관이라고 나를 끌고 가서 소개시켜주었다. 10월부터 11월 사이에 개최되는 유네스코 총회에는 전 세계 교육부 장관 혹은 차관 1~2백 명이 참가한다아마도 가장 쉽게가장 많은 교육부 장·차관을 만날 수 있는 계기이자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캄보디아에 가서 교육부 장관 만나려고 하면 의전 절차가 쉽지 않지만유네스코 총회장에서는 바로 옆에서 악수하고 환담할 수 있다그날 나는 행 춘 나롱 장관에게 오찬을 제안했다장관도 흔쾌히 수락하여 2013년 11월 8일 유네스코 7층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프랑스 요리로 함께 식사했다프랑스 오찬은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주문 받으러 오는데 10~20아페리티프애피타이저본식디저트커피까지……그러니 두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풍부한 대화 주제가 있어야 어색하지 않다장관과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운 대화를 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경을 이겨낸 본인의 인생 여정에 관한 얘기였다악명 높은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 정권하에서 그는 학교에도 못 가고 숨죽이며 살면서도밤에 호롱불을 켜 놓고 혼자 공부했다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 결과크메르 루즈가 몰락하고 나서 국비유학생 선발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모스크바로 유학을 가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러시아어로 공부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드디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공교롭게도 그때 소련·동구 공산권이 붕괴되고 말았다.

 

귀국하여 캄보디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아무래도 서구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알지 못하면 도태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이를 악물고 프랑스어를 공부해서 2012년에 리옹 2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그리고 2013년에 기획재정부 차관에서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이날 행 춘 나롱 장관은 살면서 여러 번 정치 체제가 바뀌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며 역경을 헤쳐온 오뚝이 같은 강한 인상을 나에게 남겨 주었다.

 

2015년 그가 유네스코 인천교육포럼에 캄보디아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그때 필자가 원장으로 있던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이 주관하는 세계시민교육 세션에 패널리스트로 초청했다그날 행 춘 나롱 장관은 캄보디아 같은 개도국이 발전하려면 세계시민의식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해서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인천 유네스코 회의와 유엔 총회에서 세계시민교육이 글로벌 목표로 채택되고 나서아태교육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개발도상국 세계시민교육 교육과정 개편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나는 가장 먼저 캄보디아를 포함시켰다. 2016년 캄보디아 교육부에 가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는데행 춘 나롱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서명하였다그리고 국가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교사 연수에도 참여하여 세계시민교육이 얼마나 캄보디아에 중요한 지를 강조하였다.

 

2017년 봄에 그는 개인적으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세계시민교육에 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전문가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육부 장관으로서 교육학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태국 출라롱컨대학교의 교육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2018년 말에 캄보디아의 질적 시민 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 관리 개혁 전략(Education Management Reform Strategies for Enhancing the Quality Citizenship in Cambodia)”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나중에 영문으로 된 박사학위 논문 파일을 내게 보내주었다행 춘 나롱 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세계시민교육을 국가교육개혁에 가장 잘 반영한 장관으로 캄보디아의 진정한 세계시민이다끊임없이 미래를 내다보며 공부하는 장관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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