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말] 말 문 열기와 맘 문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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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세계시민포럼 상임대표)

 

 

사십년 전에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길을 걸어가다가 눈을 마주치자 '하이!'라고 방긋 웃어주는 여인들에게 인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나친 적이 있다. 나중에는 나도 물이 들어서 얼굴만 마주치게 되면 '하이!'하고 지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갸우뚱거리며 지나갔던 기억이다. 사람은 만나면 당연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도 소통하고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당연히 만들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런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같은 아파트에 이십 년 이상을 살면서도 아직도 인사가 서먹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그래도 그런 경험을 하였던 내 탓만은 아닌 듯하다.

 

유학 생활 동안 영어가 서툴러서 고생한 경험은 70년이나 80년대 초에 유학을 갔던 우리 세대이면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 놀이터에서 보는 장면은 '!'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미국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는 한국 유학생의 아이가 미국 어린이들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소통하는 장면에서는 단어가 아니라 눈빛과 손놀림으로서도 즐겁게 같이 놀고 있는 장면을 보면 놀라운 소통 본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말은 드문드문 영어단어가 있지만 '', '어이', '' 등등의 간단한 의성어 수준의 말을 할 따름이지만 즐겁기는 그지없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수준의 원시적인 말들이지만 같이 있음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세계시민교육 포럼이 지향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감성적인 소통의 시작이다. 맘 문, 즉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려는 교육이다. 말을 많이 할 필요 없이 문화예술교실을 통하여 서로를 알게 하고 같이 있음을 즐겁게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주 배경의 학생이 많은 평택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실시한 미술교육은 기획하고 실행하는 우리들조차도 기대하는 이상으로 아이들 생각의 변화에 의미심장한 감동을 주었다. 옆에 앉은 짝의 얼굴을 비닐에 대고 그리게 하여 서로의 모습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새롭게 친구의 존재를 알아가게 함으로써 마음을 열고 감성의 교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화가인 단원 김홍도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학교의 공동체 공간 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림으로써 공동체를 인지하게 하고 애착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작업하면서 대상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감성적으로 깊은 교감을 하여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궁극적으로 차별이 없는 평화스러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그 시작은 마음의 문을 열고 다름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 첫걸음일 것이다. 말문이 트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어린이 놀이터의 광경은 어른 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세계시민포럼이 지향하는 맘 문 열기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세상을 더 밝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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