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말] 신디아스포라의 시대, 마음의 울타리를 열어보자
05-28
배기동(세계시민포럼 상임대표)
인간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기도 하다. 누군들 한곳에 정착하여 오래 살고 싶어 하였겠지만, 형편이 그렇게 되지 못하니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며 적응하고 살아남아서 오늘날 인류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인류가 만들어진 숨겨진 비밀은 바로 모든 인류 종이 뒤섞여서 하나의 동일 종이 된 것이다. 오늘날 우주 속에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담대한 계획을 보면 그 말뜻은 인류가 지구환경이 불편해서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주는 인간만의 적응 수단이 아니다. 모든 생물은 살던 환경이 변하여 살아남기 힘들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든지, 그 환경에 맞추어 몸을 변형하든지, 그것이 안 되면 살만한 곳을 찾아서 이주하게 된다. 그래서 한 곳에서 발생한 진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주는 모든 생물의 천부적인 권리인 셈이다.
지난겨울이 지나고 우리의 눈을 스쳐 지나간 뉴스가 있다. 거의 1,000마리에 달하는 KG가 떼죽음하게 된 사건이다. KG?, 우리나라에 사는 산양의 학명 ‘Korean long-tailed Goral’의 머리글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쳐놓은 만리장성 같은 울타리가 산양의 이동을 방해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두껍게 쌓인 눈 때문에 먹이 찾기가 여의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은 이동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속에서는 아기 대신 강아지를 안거나 수레에 태워서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주위에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을 흔히 본다. 그러나, 우리가 보호하기 위해서 지정한 자연 속의 산양은 사람이 쳐둔 울타리 때문에 죽어 갔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자연에 사는 동물의 천부적인 이주권을 아무런 이유도 배려도 없이 박탈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생물의 생존권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한 장면이다.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한국 사회에 이민자가 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가 세계의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선망하는 풍요로운 사회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드디어 올해에 아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하는 다문화국가가 될 듯하다. 인구의 5%가 이민 또는 다양한 이유로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되는 것이다. 아시아의 국가로는 최초란다. 앞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힘든 작업을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숫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마다 20만 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하니 다문화적인 양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나라별로 이주의 벽이 높기는 하지만 세계 선진국에서 이주배경의 주민이 늘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가 준비하여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의 삶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이주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정도가 낮다는 보고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통계보다도 훨씬 잠재적인 심각한 면이 있고 또한 이주자들의 생활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보게 된다. 우리 사회 내에 보이지 않는 벽, 즉 울타리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다.
이주는 인류의 필연적인 생존방식이다. 섞여서 사는 것이 인간을 진화하게 만들었던 셈이다. 섞여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고 또한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따뜻하게 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번영을 위한 길이다. 세계사의 위대한 국가들은 모두 소위 ‘다민족 · 다문화국가’이고 그 비결은 어떤 문화가 배경이든지 간에 모든 사람이 이 사회를 사랑하게 만들고 같이 협력하여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인간사회의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소외는 사회 만병의 원인이다. 산양을 떼죽음으로 몰아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 무관심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일이다. 마음의 ‘울타리’를 열고 따뜻한 시선으로 같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사진 출처
1. 정동헌 기자 사진전 《이주노동자, 그들의 아리랑》 전시작품, 뉴시스(2006.11.28. 기사)
: 반월공간 제4주구 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신년축제에 한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진 이주노동자의 운동회 모습
#세계시민포럼 #GlobalCitizenshipForum #세계시민 #GlobalCitizen #세계시민정신 GlobalCitizenSpirit #신디아스포라 #KG #생물_생존권 #이주 #이민자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다인종_다문화_국가 #이주배경 #인권 #다민족 #문화다양성 #배기동
세계시민포럼은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수많은 다문화가정들이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후원 문의
070-7755-9595
후원 계좌
KEB 하나은행 562-910021-46404 사단법인 세계시민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