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몽골학교 교감 장상윤 드림

언제나 기억은 새로운 장면의 편일까요? 분명히 작년에도 왔는데, 한성백제박물관은 볼 때마다 뭔지 모를 신비함을 자아냅니다. 이번에도 새롭고 풍성했습니다.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허설 때문에 오전부터 와 있었지만, 마침 전시 중이던 ‘강철 백제’ 전시품들과 홀 입구에 펼쳐진 창의미술 작품전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일년내내 서울, 경기, 전남 등에서 진행된 이주배경학생들의 진솔한 모습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 호기심 많은 저에겐 아주 흥미진진한 볼거리였습니다.

드디어 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세계시민포럼에 모인 세계시민들의 자부심과 그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2부에서는, 온 세상에서 모여든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하나 된 세계시민이다.’라는 이야기를 나름대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다채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제 앞자리에 계시던 분은 첫 순서로 등장한 플루트 주자들의 연주(카르멘 서곡)가 끝날 때쯤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저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문화의 힘이 이렇게 큰 거야, 겉으로 보기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드럼과 바이올린 연주가 그렇게 쉬워 보여 신기했습니다. 여럿이 모여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훌륭한 화음이 빚어지니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마음이 절로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만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우리 아이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평소 연습할 때는 ‘아무래도 무대에 설 실력을 갖추기는 어렵겠다...’는 걱정을 하게 만들더니, 막상 무대에 서니 또 그렇게나 잘해내더군요. 괜한 걱정을 다 했네요. 들판을 마구 뛰어다니는 망아지들을 멋지게 조련하신 선생님들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펼쳐진 세계시민오케스트라와 세계시민문화예술학교 합창단의 협연은 말 그대로 Fantastic!!! 한성백제홀을 꽉 채우고도 남을 울림이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네요. 제겐 이보다 더 훌륭한 연주가 없었습니다. 특히 객석 사이 통로에 합창단원들이 힘껏 노래를 부를 때는 ‘나도 이 모든 순서의 주인공 중에 하나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해로 우리 재한몽골학교는 스물 네 살이 되었습니다. 국내 근로 현장에서 일하는 몽골 근로자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인지라 여전히 외부와의 접촉의 기회는 적고 문화의 벽과 경험 및 학습 격차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시민포럼의 프로그램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꿈을 펼쳐가는데 매우 유용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입니다. 이런 점을 잘 헤아려 주셔서 꾸준히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신 것도 고마울 뿐인데, 이번에는 우수 협력기관으로 선정해 주시니 깊이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세 학생이 세계시민으로서 상까지 받게 되어 더욱 뜻이 깊습니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이 건전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되면, 어느 겨울날 대한민국 서울의 어떤 마법의 성에서 자신이 이루었던 성취를, 자신의 성실함을 인정했던 그 손길들을 잊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스텝 여러분, 훌륭하십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춥고 으스스한 이 계절에 갑갑한 울타리를 뛰어넘어 온 세상 시민들과 하나 되었음을 실감케 해주신 세계시민포럼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 설명

1. 김태은 교육강사의 지휘에 맞춰 합창 공연 중인 단원들의 모습(2023.12.09.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

2. 오전 리허설 진행 중인 재한몽골학교 합창 단원들의 준비 모습

3. 페스티벌 [2부] 세계시민문화예술학교 공연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마법의 성’을 객석에서 함께 부르는 것을 청하며 인사 말씀 중인 이혜정 지휘자(진행 감독)의 모습

4. 세계시민 오케스트라 · 합창 단원과 교육 강사님 그리고 세계시민포럼 모두 함께한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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