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람] 장예지와 압둘 나히드의 대화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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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한창인 경희대학교 캠퍼스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젓가락 행진이 어느새 중반에 접어들었다. 세계시민포럼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주배경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 젓가락 행진의 참여자는 총 22명이다. 참가자들은 3조로 나뉘어 조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세계와 시민’, ‘독립연구론을 수강하는 경희대 학생들은 수업 시간 이외에 별도의 시간을 내어 젓가락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대다수가 10대 중후반인 멘티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또는 취업과 진학을 준비하며 프로젝트에 참가하였다. 젓가락 행진에 신청했는지, 서로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경희대 장예지 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인 압둘 나히드 학생이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조에 속해 있으며 인터뷰 신청자 모집에 가장 먼저 연락해 온 멘토와 멘티이다.

 

 

장예지   경희대학교 스페인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고 아동가족학을 부전공하고 있습니다. 3 때부터 지역 다문화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남미에서 이주해 온 멘티 친구의 영향으로 중남미 지역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한 다문화 멘토링 사업의 하나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세계시민 의식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압둘 나히드(이하 나히드)   저는 한국에서 10년째 살아가고 있는 고3,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나히드입니다.

 

나히드 학생은 작년에 세계시민포럼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공동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월 국회의사당 로비에서 열린 <우리는 온 아이들> 전시에서는 해설을 담당하기도 했다.

 

나히드   저는 작년부터 세계시민포럼에서 기획한 행사에 참여해 왔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사업을 담당한 선생님과 문화 체험 탐방을 통해 좋은 추억도 만들었어요. 그때의 좋은 기억을 갖고 올해는 젓가락 행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고3이다 보니 진로와 대학 진학이라는 고민에 대해 대학생인 멘토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유익한 정보와 조언도 구하고 싶어요.

 

장예지   저도 나히드처럼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처음에는 다문화 봉사를 진학을 위한 스펙 중의 하나로 여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이들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게 되고 함께 웃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어느새 제가 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어린이들에게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행복과 사랑의 선순환을 이번 젓가락 행진에서도 경험하고 저도 성장하고 싶어서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한국에 사는 고3 학생은 이주배경 청소년이든 아니든 대학 입학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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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히드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멘토와 또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대학 원서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배우고, 제가 작성한 소개서가 괜찮은지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고 그래요.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49일은 라마단 기간이었다. 라마단 동안 이슬람교도는 대부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한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이슬람교도인 학생들은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장예지   이번에 참여한 멘티 학생들은 종교에 있어서 새롭게 느껴져요. 개방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 이슬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혹시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학생들에게 실수하지 않을까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최근에 끝난 라마단이라는 문화도 책으로만 접하다가 이번에 실제로 처음 경험해보고, 간접적이지만 체험하게 되었고요.

 

나히드   이슬람 문화가 아직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고,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의 교육제도가 달라서 제가 대학 진학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부모님을 대신해 알아보고,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생겨요. 다른 고3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현재로서는 가장 힘든 점이에요.

 

장예지   지금 젓가락 행진에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처음에 한 조에 중고생이 섞여 있고 저도 모르게 다문화라는 틀 안에서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하지만 서로 대화하면서 노는 것, 친구들과 했을 때 재미있을 만한 것들을 말하는 학생들을 보고 결국 이주배경 청소년도 평범한 다른 청소년과 같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멘토가 수험생으로서 느꼈던 부담감을 멘티 역시 체험하는 중이고, 서로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평범한 학생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젓가락 행진프로젝트가 끝나고 625일에 열리는 보고회 겸 공유회에서 다른 참가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진다.

 


진행 및 정리   안경화

 

사진 설명

1. 한강 유람선을 타고 서울 하루 여행을 한 장예지 학생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장예지 학생이다. 제공: 장예지 

2. 사진 중앙에 턱을 괴고 있는 학생이 압둘 나히드모임을 끝내고 같은 조 학생들과 음식을 먹고 있다제공압둘 나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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