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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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탁(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국제뉴스를 빨아들이고 있어 별로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필자는 최근 스리랑카가 정치·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남의 일 같지 않다.

 

스리랑카는 2022년 상환해야 할 부채가 70억 달러(86천억 원)인데 외화 보유액이 20억 달러에 불과해 412일 스리랑카 중앙은행이 일시적인 국가부도(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IMF의 구제금융이 제공되기 전까지 총 510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부채 상환을 일시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런 채무불이행 선언은 코로나로 인해 스리랑카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멈추면서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이 더 큰 역할을 했다. 라자팍사(Rajapaksa) 가문이 이끄는 정부는 국채 발행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물가가 18.7% 급등하고, 식료품 가격은 30%로 치솟으면서 2,200만 스리랑카인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 대통령 고타바야 라자팍사의 일가족 4명이 스리랑카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총리는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 동생은 재무부 장관, 큰형은 관재부 장관, 조카는 청년체육부 장관 등 주요한 요직 5개를 라자팍사 가족이 차지하고 17년째 가족 정치를 하고 있다. 마힌다 총리의 재산은 외화 보유액에 근접하는 2조라고 알려지면서 전형적인 정치 부정부패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수도 콜롬보에서는 경제난과 가족 부패 정치에 항거하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스리랑카를 20097월에 처음 방문하였다. 그때는 스리랑카 내전(1983.7.23.~2009.5.19)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한밤중에 스리랑카 공항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콜롬보 시내를 들어가는데 사방은 캄캄한 암흑이었고, 차의 헤드라이트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총을 든 군인들이 검문소에서 여러 번 검문하던 공포의 야밤. 한밤중에 투숙한 마운틴 라비냐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아!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도양의 바다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어젯밤의 그 살벌했던 모습과 대조되는 아침!

 

며칠 동안 돌아봤던 스리랑카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인도양의 진주였다. 사람들은 착하고 순하고 친절했다. 밤에 호텔 정문을 나서면, 캄캄한 길거리에 평상을 펼쳐 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네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60년대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그 모습 그대로. 그래서 스리랑카가 내 가슴에 깊게 남게 되었다.

 

그 이후 201411월에 콜롬보에서 개최된 세계시민교육 회의 때문에 5년 만에 다시 방문한 스리랑카는 그 전보다 안정되고, 활기가 넘쳐 보였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UNESCO APCIEU)이 주최한 이 회의에 필자의 친구이기도 한 스리랑카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차관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직접 축사를 하고 오찬도 함께하는 바람에 참석자들이 모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두 차례의 방문 이후 필자는 아름다운 스리랑카를 개인 여행으로 다시 방문하여 부처님의 사리가 있는 고도(古都) 캔디도 가보고, 아름다운 해안이 유명한 갈레(Galle)와 실론 티로 유명한 누와라엘리야도 가 봐야지 하고 늘 꿈꾸고 있었는데. 스리랑카가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몹시 아프다. 특히 순박하고 수줍음 많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분노하여 거리에 나선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찬란한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는 영원히 나에게 어린 시절의 아련한 고향 마을로 남아 있다.

 

  

사진 설명

1. 스리랑카의 해안. 출처: Shutterstock

2. 가운데 흰옷을 입은 사람이 스리랑카의 교육부 장관. 왼쪽이 필자. 오른쪽은 교육부 차관. 제공: 정우탁

3. 스리랑카의 반군 타밀타이거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스리랑카의 내전 기간 중인 200941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 밖에서 시위하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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